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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가 있는 풍경



지산 락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 뮤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를 남겨두고서 모두 초조하게 서서 기다렸다.

이미 소진할 대로 소진한 체력을 붙잡고 뮤즈를 봐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억지로 서있는 듯한 인상들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산기슭이라 밤안개처럼 보이는 수증기들이 조명 근처에 엉겨 붙어있었고

땀으로 젖은 채 서 있는 사람들의 열기와 팽팽하게 맞서서 마치 장마 전선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왠지 비가 올거 같다."

차라리 비가 오면 시원해 질것같았다. 이 한증막 같은 곳에 비가 내리면 모두들 기뻐할 것이 분명하다.

무릎과 허벅지의 아픔이 오랫동안 붙어 있어서 어느새 고통이 있는 건지 없는건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현실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을까 하고 바보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가며 풀이 죽어 있을때
 
슈퍼 밴드 뮤즈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어디서 그런 체력이 다시 생겼는지 모두들 무슨 마사이족 마냥 위로아래로 뛰기 시작했다.

옆의 사람이랑 뛰는 박자가 엇갈리게 되면 닿게되는 팔은 생선 피부처럼 미끄러웠다. 생선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내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때로 몸이 매우 바쁘면 정신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무슨 명상에 든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인도에는 춤 명상이 있다는데 이런게 그런게 아닐까

의심을 하면서 고개를 드는 순간

녹색 레이져 빛이 무대에서 내 어깨 너머로 우산살같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내달린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것이 오셨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얼까.

방울이 커서 옆의 사람이 흥에 겨워 뿌린 생수물인줄 알았다.

기다리던 비는 녹색 레이져 살에 흑백 영화의 깜빡이는 불빛처럼 슬며시 얹어져 있었다.

그것은 내린다는 것보다 주변이 모두 어두웠으므로 레이져 빛이 받는 곳에만 그 모습을 들어내고

지상에 내려온 은하수 처럼. 아니다, (보진 못했지만) 흐드러진 메밀꽃처럼 내 머리위에 떠있었다.

때로 우연찮게 여러가지 이미지와 몸의 온도 기분상태 귀에 울리는 소리 등등 나라는 계와 외부의 계가
 
서로 만나 종교적인 기분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이런 경험에는 더없는 만족감을 느낀다.


차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다시 고통을 느끼는 현실의 내 몸으로 돌아와

쑤시는 무릎과 함께 오리 역으로가는 버스에 올랐다.

by 공공공공 | 2010/08/03 19:0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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